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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Trade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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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 115% 인하 합의 …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2025-05-12 16:55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박한진 초빙교수                                                                                                                          2025년 5월 13일

 


미국과 중국이 상호 간 부과한 고율 관세를 향후 90일간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미·중 통상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이번 결정은 대화 재개와 신뢰 회복의 신호로 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더욱 정교하고 구조화된 전략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전략적 유연성을 내보이면서도, 기술 자립과 산업 주권이라는 핵심 전략 목표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중국의 시각에서 미·중 협상의 단기 성과를 평가하고 합의 이면의 지경학적 맥락을 분석함으로써 미·중 중장기 경쟁 구도의 본질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중 대립의 전환점인가, 일시적 휴전인가

 

5월 10일(현지 시간) 부터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경제회담은 개최 전에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당초 관측과 달리 90일간 관세 인하라는 성과를 도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미·중 양국은 상호 부과된 고율의 상호관세 및 보복관세를 각각 115% 포인트씩 인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던 최대 145%의 관세를 30%로 조정하며,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125% 관세를 10%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고율 관세 체계를 해체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양측 모두가 단기적으로 일정한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고려한 절충의 산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이 인하된 관세는 일단 90일간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실질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 중국이 비관세장벽을 철폐하여 중국시장을 개방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번 미·중 합의는 일단 2018년 무역전쟁 개시 이후 가장 구체적인 완화 조치이자, 긴장 상태에 놓였던 양국 간 무역 질서를 회복하는데 큰 의미가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1]

 

미국은 자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과 산업계의 공급망 안정 요구 등에 직면하여, 중국과의 협상에서 서둘러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합의의 이면에는 치열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중국은 공급망 다변화와 산업 자립이라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서 유연한 외교적 자세를 통해 협상의 공간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미·중 간 회담은 양국 간 대립을 궁극적으로 완화하는 계기가 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이번 합의는 새로운 경쟁 조건이 설정된 ‘관리된 긴장’ 상태의 서막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관세 합의의 의미

 

이번 미·중 회담에서 주목할 점은 양국이 통상 협의의 제도화와 고위급 협상 채널의 정례화에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지 긴급 상황 대응을 넘어서 향후 통상 충돌을 제도적 방식으로 관리하려는 구조화된 전략의 일환이며, 지속 가능한 양국 간 대화 구도를 설정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중국은 특히 이번 합의를 ‘실질적 진전(实质展)’이라고 평가하며, 협상 메커니즘의 복원을 통한 상호 신뢰 구축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국가 주도 산업전략, 핵심기술 독립, 공급망 내재화 등 중국의 전략적 기조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2]

 

중국의 입장에서 이번 관세 합의는 '양보'가 아닌 전략적 '포석'인 것으로 보인다. 관세를 일정 부분 낮추더라도, 핵심 목표인 산업 자립과 기술 국산화, 글로벌 시장 내 독립적 공급망 구축은 오히려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 ‘심층적이고 건설적인 대화와 실질적 공통 인식이 이루어졌다"는 외교적 표현을 사용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장기적 경쟁을 전제로 한 전략적 구조 설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과거에 비해 2025년 현재 미국과의 무역 비중을 줄이면서도, 전반적인 수출 경쟁력은 유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전체의 약 12.7%로, 2018년의 19.3%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3] 반면 RCEP 국가 및 중동, 중앙아시아 등 비 서방 지역으로의 수출 비중은 계속 증가 중이다. 2025년 1분기 기준, 중국의 대 아세안 수출은 전년 대비 8.4% 증가했고, 대 중동 수출은 14.1% 증가했다.[4]

 

또한 중국의 제조업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5년 4월 중국의 제조업 PMI(구매관리자 지수)는 기준선 아래인 49.2로 경기위축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첨단 제조업 PMI는 52.3으로 여전히 경기확장 국면에 들어 있다.[5] 이는 중국이 전체 경기 흐름에서 일부 부문에 침체가 발생하더라도, 핵심 산업군의 회복력은 유지되고 있음을 뜻한다.

 

또한 중국은 첨단 기술 분야, 특히 인공지능 산업에서 자립 역량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나 협력을 통한 발전 수준을 넘어, 자체 생태계 구축을 통한 장기적 기술 독립의 기초를 마련하려는 구조적 접근이다.

 

최근 중국 인공지능산업발전연맹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주요 기업들은 대형 언어모델(LLM) 기술에서 급속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딥시크(DeepSeek), 지푸(Zhipu), 바이촨(Baichuan) 등은 각각 GPT-4 수준에 근접한 상업용 모델을 출시했고, 이들 모델은 중국 내 고성능 AI의 국산화 흐름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6]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서, 반도체 공급망 자립성과 산업 응용 다변화라는 중국의 전략 목표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은 이와 같은 산업적 자신감과 공고한 장기 전략의 토대 위에서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단기 성과를 넘어 지속될 미·중 간 장기 경쟁 구도

 

이번 미·중 간 합의는 단기적으로 양국 관계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협상 메커니즘의 복원과 관세 완화 조치는 양국 산업계의 불확실성을 일정부분 줄이고, 글로벌 공급망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양국 간 핵심 쟁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중국이 유지하는 국가 주도 산업 전략은 미국이 요구하는 중국의 시장 개방과 보조금 축소 등과 본질적으로 충돌하는 모델이다. 기술, 데이터, 표준, 투자 규범을 둘러싼 갈등은 단기적 접촉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오히려 전략 경쟁 구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미국과의 단기 협의에는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경제·기술적 자립과 공급망 내재화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이는 협상을 통해 대립 국면이 완화되더라도 구조적 디커플링에 대비한 ‘전략적 자립 시스템’을 구축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미·중 합의는 ‘전략적 일시 휴전’일 뿐, 양국 간 구조적 경쟁의 본질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양국 간 대화가 재개되고 관세가 완화됐지만, 기술 패권과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힘의 구도는 오히려 더 정교하고 복잡하게 얽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90일간 이어질 실무 협의는 일시적 안정 국면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보다 근본적인 충돌의 서막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국은 본질적 전략을 고수하면서도 협상 테이블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미국 역시 국내 정치·경제 상황을 감안하여 중국과의 협상을 서두른 감이 있지만, 언제든지 대중국 견제로 돌아설 수 있다. 

 

결국 이번 미·중 간 관세 완화 합의는 대립의 종료가 아니라 국면의 전환일 뿐이라 생각된다. 이제부터는 미·중 패권경쟁의 틀 안에서 수립된 양국의 장기 전략과 그 전략의 실행력이 새로운 대화 국면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검증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Endnotes

 

[1] 《人民日》社, 《中美高层经贸会谈取得段性成果》, 2025年5月12日.

[2] 商部新闻发言人公室, 《2025年5月中美高级别经贸会谈稿》, 2025年5月11日.

[3] 中部, 《2025年3月统计》.

[4] 海署, 《2025年第一季度中出口形》, 2025年4月10日.

[5] 统计局, 《中制造PMI月度告》, 2025年4月布.

[6] 中人工智能产业发盟, 《中大模型技态报告》, 2025年3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