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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Trade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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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IEEPA 관세 관련 소송 심리: 시험대에 오른 美 대통령의 통상 권력

2025-12-15 08:48

김 두 식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 변호사)                                                                                          2025년 12월 15일


 


지난 11월 5일 미 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이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품 관세 부과 사건에 대해 3시간 동안 구두 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변론에서는 거의 모든 대법관들이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구두 변론을 통해 대법관들은 대통령의 IEEPA를 이용한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에서는 무역과 관련한 대통령 권한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 이 재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소할 경우, 트럼프 관세와 이와 관련한 대미 투자합의는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의 경과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취임하자마자 펜타닐 등 마약밀매와 불법이민, 무역적자를 국가 비상사태라고 선언하고 1977년 제정된 IEEPA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5개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 EO)을 발표했다.


  • 남부국경관세(EO 14194):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품목에 25% 종가(ad valorem)관세 부과 
  • 북부국경관세(EO 14193):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품목에 25% 관세 부과(수입 에너지에는 10% 관세)
  • 중국 합성오피오이드(opioid) 관세(EO 14195): 중국산  품목에10~20% 관세 부과
  • 상호관세(EO 14257): 전세계 거의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 기본관세 + 특정국들에 대해 50%까지 추가관세 부과
  • 추가 수정 관세중국에 대해 부과된 추가 관세(10% 내지 125%).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를 ‘밀매관세’(Trafficking Tariffs)와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라고 부르고 있다. 이들 관세는 부과대상 품목에 제한이 없고 부과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미국내 5개 중소기업들과 민주당 성향의 12개 주(州)들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부과된 동 관세들이 IEEPA에서 부여한 대통령 권한을 초과하여 부과된 불법관세라고 주장하면서 제무역법원(CIT)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CIT는 5월 28일 위 관세들이 IEEPA에 따른 대통령의 권한을 초월하여 불법적으로 부과된 것이라고 인정하고 관세부과의 전면적 집행정지를 명했다. 

 

이 사건의 2심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판사전원(en banc) 심리에 부쳤다. 8월 29일 연방항소법원은 7대 4로 CIT의 위법 판결을 유지하면서도 다만 전면적 집행정지를 명한 것은 과도하다고 하며 CIT에 재심리를 명했다. 

 

연방항소법원의 다수의견 요지는 다음과 같다.


  • IEEPA에서 대통령이 “수입을 규제”(regulate importation)  있다고  문구는 관세를 부과(impose tariffs)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 관세(Tariffs) 세금의 일종으로미국 헌법은 명시적으로 과세권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 다른 무역관련 법률들(예컨대 무역확장법 232무역법 301 )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권을 규정할 때는 관세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나아가 절차적 안전장치와 내용상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반면, IEEPA에는 이런 규정들이 없다
  • 이와 같은 IEEPA 관세를 특정한 규정의 부존재는 대통령의 확대하는 대신  권한의 제한하려는 의회의 의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소수의견(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국가비상상황에서는 IEEPA “수입을 규제한다는 문구를 넓게 해석해야 하며무역확장법 232조와 유사하게 관세부과권을 포함할  있다
  • 다수의견은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는 대통령의 권한을 부당하게 제약한다.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에 대해 9월 3일 대법원 상고가 이루어졌지만, 항소법원의 관세 집행정지 명령으로 인해 대법원 판결 전까지 트럼프 관세는 유효하다. 대법원은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사건이송명령(certiorari)을 허가하고 신속히 심리를 진행했다.

 

상고심 변론에서의 미 행정부와 원고들의 주장

 

이번 대법원 변론에서 행정부이 제출한 주장의 요지는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에서 IEEPA에 따른 "수입 규제"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권한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두가지 법리적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첫째, 여기서 위임받은 대통령의 권한은 “비상 상황에서” 그리고 “대외적인 관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제한을 받고 있으며, 둘째, 의회가 이와 같이 제한된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헌법상 위임의 한계 즉, 입법권의 전면적 위임을 금지하는 불위임 원칙(non-delegation doctrine)과, 방대한 경제적 효과를 갖는 사항을 위임하려면 의회의 명시적 수권이 필요하다는 중요문제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대법관들이 이러한 정부측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듯한 취지의 질문들을 던졌다. 예컨대 배렛(Barett) 대법관은 정부가 언급한 한가지 예 외에 "수입 규제"라는 용어가 관세 부과에 사용된 사례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소토메이어(Sotomayor) 대법관은 관세 권한이 규제 조항 안에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며, 의회는 전통적으로 과세 권한을 명시적으로 위임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서치(Gorsuch) 대법관은 행정부가 전쟁 권한과 같은 영역에서도 유사한 재량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질문했다. 

 

한편 원고들은 IEEPA는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관세는 다른 이름의 세금이며, 헌법 제1조에 따라 대통령이 아닌 의회의 권한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만약 대통령이 의회의 제약 없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권력분립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부 대법관들이 의문을 제기하였다. 토마스(Thomas) 대법관은 원고들의 입장이 행정부가 오랫동안 행사해온 금수조치(embargo)나 수입 할당제(quota)와 같은 권한도 금지된다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카바노(Kavanaugh) 대법관은 이런 주장이 진정한 위기 상황에서 행정부를 마비시킬 것을 우려했다. 알리토(Alito) 대법관은 대부분의 비상사태 법령은 필요에 따라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이는 미래의 대통령들이 신중하게 행동할 것을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향후 전망

 

대법원 판결은 빠르면 12월 중에 나올 수도 있지만 2026년 초반부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판결의 결과에 따라 IEEPA에 근거한 트럼프 관세가 존속할지, 아니면 무효화될 지가 결정될 것이다. 미 행정부가 최종 패소하는 경우, 미국과의 관세 합의 중 상호관세 (15%) 부분은 즉시 부과가 중지될 것이며, 수입자가 이미 납부한 관세의 대규모 환급 청구가 제기될 것이다. 

 

반대로 대법원이 행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면, 대통령의 경제 권한은 극적으로 확대되고, 앞으로 행정부가 관세를 외교 정책의 무기로 더욱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미지수이지만, 전문가들은 대법관들이 심리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행정부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보수 성향의 판사들조차도 IEEPA 관세의 전면적 또는 부분적 폐지 가능성을 시사하는 질문들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오든 간에,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외국 수출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할 수 있는 다양한 다른 법적 수단을 가지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법을 사용하여 관세를 유지 또는 재부과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하는 무역확장법 제232조가 포함된다. 이 법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2018년 이후 여러 차례 사용되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관세조치를 연장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들어 제232조에 근거하여 철강, 알루미늄, 구리 제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 대형 트럭, 버스, 자동차 부품에 최대 25%, 연목재, 주방 캐비닛 및 천가구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더욱이 제232의 적용 대상은 원래 적용 대상 품목의 “파생 제품”(derivative products)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차례 확대되었다. 예를 들어, 원래의 알루미늄 관세는 이제 땅콩버터 포장재의 금속 성분에도 적용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미국 정부는 계속해서 제232조 적용 품목을 추가할 수 있다. 게다가 반도체, 전자기기, 의약품, 무인 항공기(드론), 기계류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추가적인 제232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밖에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유로 특정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제301조가 있다. 또한 미국 무역법 제122조는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 또는 “심각한 환율 하락” 발생시 대통령이 최장 150일 동안 최대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관세법 제338조는 미국 기업에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무역관행을 하는 국가에 대해여 대통령이 최대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이런 규정들은 관세부과 요건과 절차, 부과기간 등이 제한적이어서 정책적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대법원이 관세 무효 판결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부과된 관세의 환급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혼란과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다. 미 정부는 기업들이 환급을 기다릴 수 없거나 기다릴 의사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장기간 환급 조치를 지연시킬 수도 있다. 기존 IEEPA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기업들에게는 환급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소송을 제기하거나 참여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 부과를 무기삼아 다른 무역 상대국들과 체결한 무역 거래 또는 투자약정과 관련하여 매우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약정들은 일방적인 "상호 관세" 부과의 위협 하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법원이 이러한 관세의 전체 또는 일부를 불법이라고 판결할 경우, 상대국들은 자신들이 체결한 무역 거래 또는 투자 약속의 적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 정부가 미국과의 기존 협정 또는 약속을 완전히 뒤집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무역 협정의 모든 요소가 "상호 관세" 또는 관세 자체에 관한 것은 아니며, 적어도 트럼프가 부과한 관세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합의 부분은 트럼프 관세에 대한 미국 내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미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협상의 전제가 변경되었으므로 협상을 재개하자는 주장은 할 수 있을 것이다.